무엇이 '티메프 사태'를 키웠나…업계 판도 변화 촉각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9 13: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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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쥐고 있다. 연합뉴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메프 사태 원인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잘못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높은 할인율을 내세운 이커머스 업계의 과도한 경쟁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先)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은행은 3곳이다.


선정산 대출은 플랫폼 입점업체가 판매 증빙(매출채권) 등을 은행에 제시하고 먼저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난을 해결하다가, 플랫폼으로부터 실제로 판매대금을 받으면 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1년간 취급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의 선정산 대출은 모두 1조2천300억원이 넘었다. 올해 들어 상반기 취급액만 7천500억원대에 이른다. 선정산 대출의 기간은 평균 60일, 최장 67일에 이른다. 해당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6%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은 막대한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플랫폼이 두 달 동안 대금을 받아 이자 이익을 챙기거나, 이번 사태처럼 모기업 지원 등 엉뚱한 곳에 정산대금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입점업체들의 선정산 대출 이자를 분담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을 플랫폼이 카드사로부터 받아 활용하다가 두 달이 지나 입점 업체에 주는 관행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이커머스 업계 재편 신호탄 되나

경쟁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재무 건정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천386억원, 위메프는 -2천39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의 외부 감사인은 나란히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감사 의견을 냈다.

위메프는 상대적으로 지급 여력이 좋은 편에 속했으나 티몬 입점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자금 경색이 현실화됐다. 두 기업은 '판매대금 돌려막기'로 정산일을 맞춰왔는데 거래 규모가 큰 중대형 판매자가 이탈하자 시스템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이커머스 업계 기업 대다수는 재무 건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 11번가, 컬리 등은 최근 수년간 매년 1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그룹 계열인 G마켓도 2022∼2023년 누적 1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매자와 고객 모두 대기업 등 안전한 플랫폼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큐텐은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를 잃은 이상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7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큐텐그룹 총거래액(GMV)은 경쟁 오픈마켓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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