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락사 현장에 '피 묻힌 안전모' 조작…관리소장 실형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1 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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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소속 근로자가 추락사한 현장에 피가 묻은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둔 아파트 관리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2단독(홍수진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 A(51)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사고 현장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B(55)씨도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B씨에게는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앞서 A씨 등은 지난해 7월 4일 경기 양주시 한 아파트 지하에서 배관 점검 작업을 하던 근로자 C씨가 작업 중 떨어져 숨지자 C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사고 현장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B씨는 A씨에게 '안전모에 C씨 혈흔을 묻혀 추락사고 현장에 갖다 두라'고 지시했고 A씨가 이를 이행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B씨는 "범행 직후 (A 씨가) 현장에 안전모를 가져다 두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마치 모든 범행을 공모했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사망사고 발생 후 안전모를 현장에 두는 등 현장을 적극적으로 훼손했고, 이후에도 관리사무소 다른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유족에게 4천만원을 지급한 점,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B씨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으나, A 씨에게 안전모를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한 행동은 사고 발생 당시 피해자가 안전모를 쓰고 올라간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보기에 자연스럽다"며 "증거에 의하면 모두 유죄로 인정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현장을 훼손하도록 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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