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없는 손님 기다리며 버텨요" 대구 광덕시장 상인들 한숨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9-03 12: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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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개 점포 중 20곳만 영업…시설 노후화 선풍기에 의지
대부분 인터넷, 대형마트행…제수용 상품 진열할지 고민
추석을 2주 앞둔 2일 대구 남구 대명동 광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제공


"1천원짜리를 50만원씩 팔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물가가 오른 데다 장사가 안 돼 20만원 팔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104개 점포 중 20여개만 영업

추석 명절을 보름 앞둔 2일 오전 대구 남구 광덕시장. 명절 대목 특수로 활기찬 모습은커녕 물건을 사는 손님조차 만나기 힘들었다. 오히려 늦더위로 인한 열기만 가득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상인들은 추석 상품을 구비해 놓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박모(70) 씨는 "인터넷 쇼핑이나 대형마트로 가는 사람이 많은 데다,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점점 줄다 보니 명절 특수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됐다. 물가도 워낙 올라서 별도로 제수용 상품을 마련해 두기도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시장에 들어서자 시장 중심과 입구에 몇몇 상점들이 문을 열었지만, 대부분은 문을 닫아 빈 점포가 줄지어 있었다. 1971년 개설한 남구 광덕시장은 전체 104개 점포 가운데 20여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다. 50년이라는 세월을 겪으면서 노후화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치솟는 물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시장을 떠나가 이제는 점포 5곳 중 1곳만 남은 것이다. 남아 있는 시장 상인들은 올해 여름도 맥없이 돌아가는 선풍기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올해 기록적 폭염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더욱 괴롭혔다. 시장이 개설된 지 5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시설 현대화가 없었다 보니, 흔한 에어컨 하나 제대로 갖춰진 매장을 찾기가어려울 정도였다. 박모 씨는 "더위가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다. 선풍기를 틀어 놨지만, 오히려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며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하루 종일 소식 없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을 이주 앞둔 2일 대구 남구 대명동 광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제공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상황

계속적으로 오르는 물가도 시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줄이게 하는 원인이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용품 품목별 가격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28만7천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다.

조사 기관별로 차례용품 가격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채소부터 과일 등 대부분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실정에서 시장 상인들도 속수무책이다.


참기름집 사장 이모(83) 씨는 "매출이 상당히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하루하루 힘들다"고 말했다. 정육점 사장 조모(77) 씨는 "여기서 장사해서 자식도 키우고 먹고살았는데, 이제 와서 오랫동안 지켜온 시장을 떠나 어딜 가겠냐"며 "장사도 안 되고 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대구시는 지난 2월 MZ세대 감성에 맞춘 감성포차, 광덕사진관 등 복합문화공간 'THE 광덕'을 개설했다. 이곳은 매주 3일간(금~일요일) 스냅사진 투어, 전통주 만들기, 버스킹 공연 등이 열린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이곳에 5천900만원을 투입했다.

문제는 주말에는 문을 열어 방문객들이 늘어나지만, 평소에는 빈 점포가 많다는 점이다. 인근 상인 박모(68) 씨는 "주말에 잠시 와서 장사하고 떠나면 나머지 비어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인근에 비어 있는 점포랑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무더위 탓인지 주말에도 오후에 잠시 운영하고 또다시 문을 닫아 어떻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인지 당최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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